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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하는일

BMW Financial Services Korea 면접 후기

by 중립맨 2021. 8. 24.

 

 

두 달 전쯤 BMW Financial Services Korea(이하 비엠)의 Risk Management 직무 정규직 포지션 면접을 봤었다. BMW Financial Services는 BMW 그룹의 금융 계열사라고 보면 되고, 그에 따라 한국 지사도 BMW Korea와 BMW Financial Services Korea로 나뉘게 된다.

 

면접 결과는 합격했지만 더 좋은 기회가 생겨 입사를 포기했다.

 

0. 지원하게 된 계기

학사 수료를 하고 다른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 후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중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주니어급 포지션을 채용하고 있는 중인데, 내가 JD에 맞는 것 같으니 지원해보라는 메일이었다.(JD: Job Description, 직무소개서) 분명 JD는 재무와 관련 있는 내용이지만 Qualification은 데이터 분석에 대한 부분이 힘이 많이 들어가 있길래 흥미 있어 보여 지원했었다. 그리고 지금 회사와 비교가 안 되는 네임밸류, 모두가 아는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JD와 Qualification만 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감이오지는 않았다. 

1. 면접 전 준비한 일

  • 이력서에 쓴 내용 정리
  • 이직 사유 구체화
  • 비엠 홈페이지 탐방
  • 비엠 재무 문서 확인
  • Risk management, residual value 검색

이력서에 쓴 내용에 대해 가장 구체적으로 준비했지만, 직무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자동차 그룹사에 속한 금융 계열사에서는 어떤 risk management를 하는지 취준 입장에서는 모를 수 있는데, 자동차를 단순히 파는게 아니라 금융상품과의 결합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엠이 6천만 원짜리 신차를 3년 뒤 이 차의 가격이 보통 2천만 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가정하자. 이 차를 고객이 36개월 할부로 사거나 36개월 리스로 임대해서 타게 되면, 6천만 원을 36으로 나눈 값을 달마다 내는 게 아니라, 6천만 원에서 2천만 원을 뺀 4천만 원에 36으로 나눈 값을 매월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 차를 이용할 수 있다. 3년 뒤, 고객은 남은 2천만 원을 비엠에 지불해 차를 소유하거나 지불하지 않고 차를 반납할 수 있다. 근데 3년 뒤 자동차 값이 A. 천만 원이 된 경우와, B. 4천만원이 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A. 천만원이 된 경우 - 고객은 2천만 원 내고 굳이 천만 원짜리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으니 당연히 차를 비엠에 반납할 것이다. 그러면 비엠 입장에서는 4천만 원만 현금으로 받았고, 2천만 원을 천만 원짜리 차로 돌려받게 되니 손해를 보는 셈이다. 

B. 4천만원이 된 경우 - 고객은 2천만원을 내고 4천만 원짜리 차를 소유하는 게 훨씬 낫다. 이 차에 애정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우선 2천만 원을 내고 소유한 뒤, 바로 중고차 시장에 팔아버리면 2천만 원은 이득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엠 입장에서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비용을 놓친 셈이다.

 

따라서 3년뒤 적당한 잔존가치(중고차 가격)를 예측하는 게 자동차 금융 상품에서 중요하다. 할부 이자율, 임대인의 신용도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하지만 아주 간결하게 말하면 이런 이유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예측하고 계산하기 위해 이 포지션에서 일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산업공학을 전공한 나에게 아주 낯선 분야는 아니다. 제조업 환경에서 장비의 잔존가치, 재고의 잔존가치에 대해 예측하고, 재무적으로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서류 합격과 면접 날짜 텀이 짧아 없는 시간 쪼개서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비엠 사정으로 미뤄져서 좀 더 준비할 수 있었다.

면접은 C레벨 임원 한 분과 실무 직원 한 분이 면접관으로 참석하셨고, 인사팀 직원은 없었다. 다대일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2. 면접 질문 내용 & 느낌 (최대한 시간 순서대로 쓰려 노력했지만 질문 순서는 다를 수 있음)

  • 자기소개
  • 현 직장에서 하는 일
  • 현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 지금 다니는 회사가 속한 산업과 하고 있는 직무가 비엠보다 더 좋아보이는데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 ???: 계약직이잖아요.
  • 지금 다니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투톱 회사만큼 못 줄 것 같다, 그래도 괜찮은지
  • 현회사 경력 인정 못해준다해도 괜찮은지? 인턴에 계약직이라 이런 질문조차 감사했음
  • 이력서에 적어 둔 대학 시절에 했던 프로젝트/공모전에 대한 질문
  • 비엠에 대한 질문
    • BMW Korea vs BMW FSK
    • 비엠이 진행하고 있는 금융 프로그램 아는 게 있는지
    • 비엠 차량 말고 비엠 회사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설명
    • 이 직무에 대해 이해한 바에 대해 설명
    • 비엠이 한국시장에서 삼각별에 밀리게 된 이유 추측(질문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한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런 내용에 대해 답함)
  • 가장 좋아하는 차와 이유
  • 업무 스타일에 대한 질문
    • 52시간 채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괜찮은지
    • 갑작스레 야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괜찮은지
  • 업무하는 관점에서 장&단점
  • 통계 툴 다룰 줄 아는지
  • 원하는 커리어가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 마이웨이 스타일 vs 협업 스타일 0~10 중 숫자로 표현
  • 영어 말하기
  • 마지막 할 말

질문에 대한 답은 따로 적지 않았지만, 내가 처해진 환경에서 가장 솔직한 답을 했다.

 

나는 아이스브레이킹이라 생각해서 면접장에서 편하게 말했지만, 사실 면접 처음 시작할 때 부모님 은퇴하셨는지, 지금 사는 곳에서 계속 살았는지와 같이 말 못 할 사정이 있거나 예민한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질문도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이런 질문으로 인해 오히려 분위기가 좋게 이어갈 수 있었다.

 

심지어 이런 대화까지 오갔다. 

면접관: 현회사 경력 인정 못해준다해도 괜찮은지?
나: 어짜피 인턴에 계약직 경력이라 상관 없습니다.
면접관: 그건 너무 정신승리 아니에요?
???: 하하하

 

텍스트로만 쓰면 심하게 잘못된 면접장 분위기 같지만 이게 당연히 농담이라는 걸 받아 들일 수 있을 만큼 좋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경력을 인정 해줬다.

 

편하게 대화 형식으로 면접보다 보니 나열한 질문 외에도 자연스럽게 이어간 질문들이 많았고, 아무래도 실무진 1명, 임원 1명과 면접을 진행하다 보니 임원분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장을 나오면서 바로 붙었다고 생각했다. 한가지 빼고

그 이유로는

  • 면접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다
  • 면접 중 말했던 약점에 대해 면접이 끝나고 회의실을 나가는 길에 그 부분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다
  • 입사 가능 시기를 구체적으로 물어보셨다
  • 인사팀 통해서 내용 전달될 거라고 하셨다

 

3. 면접 후

이런 일종의 좋은 신호로 느낄만한 것들이 많아 합격했다 생각했고, C레벨 임원분이 참여하셔서 그런지 바로 다음날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급하게 사람을 뽑는 느낌이 강했다.

 

합격해서 면접 때 말한 이유대로 비엠으로 이직하려 했지만, 현 회사가 정규직 전환 + 경력 인정 연봉 책정이라는 카운터오퍼를 제시해서, 고민 끝에 남게 되었다. 비엠도 최대한 책정한 수준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짧은 시간에 이런 일을 판단해야 하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결국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안 가고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가장 먼저 네임밸류. 브랜드 가치가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회사이니, 이건 B2B 비즈니스를 하는 지금 재직 중인 회사랑 비교하면 말할 것도 없다. 그 외에도 비엠 임직원 주말 무료 렌트(매주 가능한 건 아니지만 금요일 렌터카로 퇴근해서 주말 내내 쓰고 월요일 출근할 때 렌터카로 출근해서 반납하면 된다고 한다 차 살 필요가 없겠는데?, 사실 지금 회사는 집을 준다), 임직원 전용 리스 프로그램, 차장급부터 차량 지원 등과 같은 비엠에서만 가능한 복지, 조선호텔이 관리해주는 최신식 업무환경 등, 참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다. 직무에 관해서도 자동차 파이낸싱 시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 걸 감안(증가하는 카푸어)하면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될만한 좋은 기회였던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지금 회사가 너무 편하고 모든 일들이 루즈하게 진행되다 보니 한창 바빠야 할 시기에 너무 편안하고 기약 없는 재택근무로 의욕이 없는 삶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