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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나가노 여행 (1) - 나가노 역 앞 라멘 미소야 후기

by 중립맨 2024. 1. 8.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나가노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나가노에서 제가 꼭 하고 싶었던 것들은 라멘 미소야에서 매운 미소 라멘 먹기 / 젠코지 방문 / 시부 온천 (시부 온센) 료칸에서 숙박 및 온천 / 지고쿠다니 야생 원숭이 공원 (스노우 몽키 파크)에서 온천을 즐기는 원숭이 구경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라멘 미소야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먹어본 적 없던 최고의 미소라멘. 너무 맛있어서 나가노에서 미소 한 통 사 오게 한 라멘집

 

 

라멘 미소야에서 먹기 전에 알면 좋은 것들

나가노의 신슈 미소

일본에서 가장 많은 미소가 제조되는 곳이 나가노이고, 그래서 우리나라 순창 고추장의 순창처럼 일본에서는 나가노가 미소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특히 나가노산 미소는 신슈 미소로 유명한데 신슈라는 말이 나가노의 옛 지명이고, 쌀을 섞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소야는 가게 이름에 담긴대로 미소를 사용한 라멘 전문점입니다. 미소로 유명한 나가노에서 라멘집 이름이 미소. 근본이 느껴집니다.

 

우리 나라 라멘집에서는 한 라멘집에서 미소라멘, 돈코츠라멘, 소유라멘 다 팔지만 일본에서는 라멘이 베이스 별로 운영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 치킨집이 구운 치킨과 튀긴 치킨으로 나뉘고, 삼겹살집도 숙성, 생삼겹, 냉삼 따로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 같네요.

 

 

미소야는 나가노역을 나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서 신칸센에서 내리자마자 먹기 아주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신칸센 타기 전에 먹을 계획이라면 대기 시간을 고려해야 합니다.

 

타베로그 2등 라멘집

일본 식도락 여행을 고려하신다면 일본인들이 리뷰 남기는 타베로그를 한번 보셨을 겁니다. 타베로그에서 나가노 지역 라멘 평점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고, 리뷰 수로는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기 있음

 

11시에 오픈 15분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줄이 있었습니다. 줄이 길지 않아 11시에 영업을 시작하자 마자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바로 먹을 계획이 아니고 나가노역 부근을 돌아보고 먹을 계획이었는데, 줄이 보여서 그냥 바로 섰습니다.

 

바 형식의 자리로만 되어 있고 한번에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자리가 많지는 않지만 역 앞 라멘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빨리 먹고 나가서 순환은 잘 되는 편인 듯합니다. 제가 다 먹고 나왔을 때도 줄이 계속 있었습니다.

 

한국어 메뉴판 없음

 

이 라멘집에는 한국어 메뉴판은 없고 영어 메뉴판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외국인이면 영어 메뉴판을 줍니다. 나가노는 겨울 한정 서양사람들이 많이 여행오는 지역 중 하나여서 영어 메뉴판이 대부분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 메뉴판 있는 외국 가게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지인 맛집 중에 일본어 메뉴판 준비해 둔 가게가 별로 없죠. 그것처럼 개인적으로 한국어 메뉴판까지 준비해둔 가게는 현지인 맛집이라는 타이틀의 진위여부가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영어 메뉴판 기준으로 같은 라멘에 대해 왼쪽 메뉴는 일반 면, 오른쪽은 나가노산 밀을 맷돌로 갈아 만든 면으로 만들고 가격은 40엔 차이가 납니다. 모든 메뉴는 곱빼기 주문이 가능하고 140엔이 추가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라멘은 영어 메뉴판 기준 2번 미소 차슈라멘과 5번 매운 미소 차슈라멘입니다.

 

 

조리 모습

 

바 형식의 가게여서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전부 볼 수 있습니다.

 

미소를 강불에 볶기 위해 덜어내는 모습입니다. 아마 이 가게의 최고 비밀일 것입니다.

숙주와 당근은 이미 기본 손질이 되어 있습니다.

숙주와 당근은 바로 라멘 육수에 넣어 끓이지 않고 큰 웍에 기름과 함께 볶고 라멘 위에 얹혀줍니다.

마지막으로 다 된 라멘에 차슈를 올려줍니다.

 

제가 가게 안에 들어와서 먹고 나가는 동안 계속해서 파만 썰고 계시던 직원분. 파 써는 것 조차 장인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라멘 시식

매운 미소라멘에는 차슈가 3장, 미소라멘에는 4장이 들어갑니다. 처음에 잘못 나온건가 싶었는데 메뉴판 그림에도 차슈 개수가 올바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미친 디테일

 

그리고 삶은 계란을 추가했는데 한국에서 라멘에 넣어 주는 것과는 다르게 따로 주었습니다.

 

한국인 입맛에 제격인 매운 미소 라멘

라멘은 좀 매운 맛이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아주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 기준의 매운맛이기 때문에 신라면보다는 덜 맵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된장맛이 훨씬 강한 축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미소의 신 맛이 강하지 않고 한국인 입맛에 가깝습니다.

 

먼저 국물을 한번 마시고, 기름에 볶은 숙주, 토치로 굽고난 뒤 라멘 국물 맛 적당히 밴 차슈를 순서대로 먹었습니다. 먹는 내내 너무 맛있어서 그냥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현지인 맛집인데, 한국인인 내 입맛에도 익숙하면서 맛있는 집.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절대 못 찾는 맛

 

해외로 여행가면 현지인 맛집, 현지 요리를 꼭 도전하는 편이지만서도, 이탈리아에서 먹은 피자와 파스타보다 한국에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춘 한국 패치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자와 파스타가 제 입맛에는 더 잘 맞고, 인도 카레보다 한국 카레가 더 맛있다고 느끼는 저입니다.

 

그런데 이집은 현지인 맛집이면서도 한국인 입맛 표준에 가까운 저에게 최고의 라멘이었습니다.

 

 

다만, 일본 라멘집답게 면이 한국 라멘에 비해 꼬들하고 덜 익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소유라멘에 들어가는 상대적으로 얇은 일본 면발에 비해 치지레면을 써서 여기는 좀 수타면처럼 두꺼워서 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된장 술밥 같은 미소 라멘

요즘 한국에서 고깃집을 가면 된장술밥이라고 된장찌개에 밥말아서 나오는 곳이 많은데, 딱 그 맛과 비슷한 국물에 면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일본 된장이기 때문에 약간 더 신맛이 있습니다. 분명히 짜고 느끼한 맛이 있는데 깔끔합니다. 입에 기름이 맴돌거나 느끼한 맛이 없습니다.

 

총평

지금까지 먹었던 일본 라멘중에 최상급 티어라고 단연 말할 수 있고, 기대를 엄청나게 하고 갔음에도 그 기대를 넘어선 곳입니다. 게다가 여행 가서, 원재료의 고장에서 그 지역 원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먹는 다는 생각에 여행의 만족감도 높았습니다.

 

이 가게를 위해서 나가노를 또 가고 싶은 의향이 있을 정도입니다. 나중에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행이 끝나고 나가노에 가서 반드시 먹고 오리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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