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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주식

비전공자를 위한 반도체 산업 지식

by 중립맨 2020. 9. 21.

1. 반도체의 종류

 

1.1 메모리 반도체 - DRAM, NAND 같은 종류가 있으며 말 그대로 컴퓨터가 정보를 기억하는 것을 돕는 반도체,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수년간 치킨게임을 해온 역사가 있다.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2021년 2월 기준 DRAM, NAND 모두 Micron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고 있다고 Micron이 주장하고 있다. 물론 매출, 생산 등의 사업지표는 모두 삼성전자가 가장 압도적이다.

회사: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K Hynix, Kioxia, Micron

 

1.2 비메모리 반도체 -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반도체를 뜻하며, 메모리 반도체와는 반대로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완제품에 맞춤 형식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므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종류는 많다.

 

1.2.1 시스템 반도체 - CPU, AP 같이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계산)하기 위한 반도체이며, 뇌에서 연산을 담당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회사: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엑시노스), Intel(PC, 서버 CPU), Qualcomm(스냅 드래곤), Apple, ARM, AMD, Skyworks

 

1.2.2 아날로그 반도체 - 여기서 아날로그란 신호, 즉 온도, 길이 같은 측정값들을 의미하고 이것을 컴퓨터가 연산할 수 있게 바꿔주는 반도체를 아날로그 반도체라 한다. 아날로그의 반대 의미인 디지털은 컴퓨터가 연산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아날로그 반도체를 다시 말하자면,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반도체다.

회사: Texas Instrument(TI, 계산기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ST Microelectronics, NXP(지금은 가전으로 유명한 필립스에서 분사된 회사, 전장반도체로 유명하다)

 

1.2.3 파워 반도체 - 완제품에 들어가는 전력을 관리하는 반도체

회사: Infineon, ON Semiconductor(과거 전세계 휴대폰 출하량 1위였던 모토로라에서 분사된 회사)

 

1.2.4 기타 -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메모리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 시장을 뜻하기 때문에 국내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당연히 비메모리 시장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비메모리 업체들은 한 분야의 반도체만 만들기 보다는 여러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다.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웨이퍼로 돈만되면 뭐든 만들겠다는 스탠스로 이것저것 다 만든다.

 

2. 반도체 공정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공정을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다. 웨이퍼 제조 -> (산화공정 -> 포토공정 -> 식각 공정 -> 증착&이온주입공정-> 금속배선공정 -> EDS공정)-> 패키징 공정. 각 공정이 어떤 공정인지, 원리가 무엇인지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고, 이 포스팅에서는 간단히 회사와 함께 설명한다.

8대 공정 - https://www.samsungsemiconstory.com/2206 참조

 

2.1 웨이퍼 제조

반도체의 원재료가 되는 원판을 웨이퍼라 한다. Ingot 이라는 실리콘 원기둥을 만들고 그걸 잘라서 저렇게 한 판으로 만든다. 한 지름을 기준으로 6, 8, 12인치 등이 있고 인치가 클수록 한 판에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요즘 반도체에서 나오는 나노경쟁과는 반대로 사이즈가 클 수록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메모리에서는 주로 12인치 이상이 쓰이고, 비메모리 생산에는 8인치가 많이 쓰인다. 주로 규소(실리콘, 모래의 주성분)로 만들지만 실리콘의 화학, 물리적 한계로 인해 기술의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었고, 다른 소재로 웨이퍼를 만드려는 노력과 SiC 같은 경우 실제로 상용화되어 만들어지고 있다. SiC는 아직 6인치까지 양산되고 있다(SiC:실리콘 카바이드, GAN:갈륨나이트라이드).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존 실리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회사: SK Siltron(구: LG Siltron), Shin-Estu Silicon, Sumco, Siltronic

 

2.2  산화공정~EDS공정 - 이 공정은 밑에 언급할 파운드리와 IDM 회사들이 맡아서 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웨이퍼의 표면에 굴곡이 없이 최대한 매끄럽게 만들고 세척을 한 뒤, 전류를 흐르게 할 회로를 그리고 칩 단위(이걸 다이(die)라고 한다)로 쪼개는 공정이다. 보통 여기까지를 전공정(Front end)이라고 부른다. 한 웨이퍼에서 작은 칩으로 쪼개기 때문에 수백(수천) 개의 칩으로 변환된다. 웨이퍼가 불량이면 모든 다이가 불량일수도 있고, 공정 중에 문제가 생기면 불량 다이가 많이 생긴다. 양품 다이를 Net die 또는 Good die라고 부른다. Net die가 곧 순이익과 직결된다.

회사: 삼성전자, SK Hynix, TSMC, TI, NXP, ON Semiconductor, ST Micro, Intel

 

 

2.3 패키징, 테스트 공정 - 반도체가 외부 환경에 노출이 덜 되도록 포장하는 공정 이 부분을 보통 후공정이라 한다. 단순히 패키징 하는 업체와, 패키징 재료를 만드는 회사 모두 포함하는 개념.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전공정에 비하면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대만이나 동남아에 많이 있다. 자동화 설비가 잘 갖춰진 후공정은 공장은 한, 미, 일에 있는 경우도 있다.

회사: ASE, 엠코, 해성디에스

 

원판 상태면 웨이퍼(왼쪽), 쪼개면 다이(가운데), 덮개가 씌워진 게 우리가 보통 보는 반도체 칩(오른쪽)의 모습

3. 반도체 회사의 종류

반도체의 처음 시작인 Ingot에서부터 포장까지 모든 것을 하는 회사는 (아마) 없다.

 

3.1 팹리스(Fabless) - fab은 fabrication의 약자로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을 뜻하는데, 그 fab이 없는 회사. 즉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자기들이 만들지는 않고 Fab에 외주를 맏기는 방식이다.

회사: Apple, Qualcomm, Silicon Works(LG), AMD, Nvidia

 

3.2 파운드리(Foundry) - 설계능력은 없고(도면을 받아 생산은 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 엔지니어들은 있다, 자체적인 설계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만들어주는 공장(팹)만 있다. OEM 개념으로 생각하면 쉬고, 팹리스 회사가 설계한 도면을 받아 대신 생산해주는 하청 개념이라 완제품의 브랜드는 주문을 맡긴 원청의 브랜드 제품으로 나온다. 그리고 파운드리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이라 하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많은 한국 언론들이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갖고 비교할 때 비메모리라고 얘기를 하는데, 파운드리는 다른 회사의 반도체 설계도면을 가지고 대량 생산을 해주는 하나의 사업 방식인 것이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 의뢰를 받아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해주기도 한다.

회사: TSMC(압도적 1위, 이 회사의 구호는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애플, 퀄컴 등이 거의 이 회사에 맡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Global Foundry(AMD에서 분사된 회사), UMC, DB Hitek

 

3.3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 말 그대로 통합/종합 제조사. 본인들이 설계도 하고 만들 수 있는 공장까지 있다. 주로 반도체 산업의 긴 역사를 가진 회사들이 IDM 형태를 가짐.

회사: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K Hynix, Intel, TI

 

3.4 장비사 -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회사. 비지니스 면에서 이 회사들은 파운드리나 IDM에 슈퍼 갑이다. 그러나 그 밑에 일하는 장비사 엔지니어들은 고객 대응을 해야 하므로 IDM과 파운드리의 초갑질에 시달린다. 이 회사들이 얼마나 갑이냐면 자기네 장비 중고로 사면 라이센스도 안 준다. 무조건 중고를 사도 새 거를 같이 사야 하고 몇몇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

회사: Applied Materials, ASML, Tokyo Electron(TEL), Lam Research(이 회사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과 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중간에 R&D 캠퍼스를 세우겠다고 확정 지었다, 미국 회사인데 본사 이전급의 큰 규모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LA Tencor, Semes(삼성전자의 자회사)

 

3.5 웨이퍼 제조업체 - 말 그대로 웨이퍼를 제조해주는 회사. 원판이 아주 반들반들하고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야 그만큼 불량이 나지 않는다. 2.1 참조

 

3.6 패키징 업체 - 마찬가지로 2.3 참조

 

3.7 EDA 업체 - Electronic Design Automation의 약자로, 반도체 설계를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이 회사들은 반도체 설계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회사이고, 3개 회사가 독점을 하고 있는 형태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그린다. 그리고 회로의 복잡도가 증가함에 따라 설계 엔지니어는 반도체 설계를 할 때 백지상태에서 모든 회로를 그리지 않는다. EDA 업체로부터 기본 밑그림을 제공 받고 그 위에 추가로 덧붙여 설계한다. 따라서 EDA 업체의 수익구조는 소프트웨어를 빌려주는 것과 처음 제공해주는 기본 회로에서 나오는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수익을 낸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구독경제 모델이 회사의 주 수익구조였던 업계다.

회사: Cadence Design Systems, Synopsys, Siemens Mentor Graphics

4. 기타 설명

 

4.1 반도체 이송은 거의 무조건(전체의 98%) 비행기로 한다. 어차피 작아서 비용도 많이 안 들고 배로 시간 버리느니 그냥 비행기로 보내는 편이다.

 

4.2 자동차는 공장이 멈추면 다시 그 단계부터 시작하면 되지만, 반도체는 중간에 공장이 멈추면 중간에 생산 중이던 제품 다 갖다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전이 가격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계획된 공장 중단은 예외.

 

4.3 반도체 설계부터 끝까지 만드는 회사가 별로 없다는 얘기는 한 공장에서 다 만들어지는 제품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애플 엔지니어가 설계 -> 대만 TSMC에서 제조 -> 대만 ASE에서 패키징> 또는 <미국에서 인텔 엔지니어가 설계 -> 인텔 미국 오레곤, 애리조나 공장에서 선공정 -> 동남아 패키징 전문 업체에서 패키징>, 이런 식으로 제조 중에도 끊임없이 이동한다. 물류비용을 생각할 수 있지만, 어차피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전공정의 기술력이 반도체의 매우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Fab을 새로 짓는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인건비 생각 안 하고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서 많이 한다.

 

4.4 전장산업이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산업을 주로 뜻한다. 이전까지는 반도체 수요가 없던 산업이 갑자기 수요가 많아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말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 것이다. 이게 앞서 언급한 거의 모든 회사들이 전장산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참고로 2000년대~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데이터 저장과 처리가 중요한 IT업체들과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이 반도체 시장의 큰 손이었다(지금도).

 

4.5 반도체 기술에서 나오는 나노라는 용어는 회로를 그리는 얇기를 말하는데 그게 왜 중요한지 그림에 비유하자면, 가로x세로 1x1cm인 종이에 복잡한 그림을 그릴 거면 펜이 아주 얇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반도체도 작은 칩 위에 회로를 많이 그려 넣으려면 회로를 얇게 그리기 위한 기술력이 중요하다. 한 칩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으면 더 많은 정보를 전달/저장하거나, 작게 많이 만들 수 있고 전력 효율이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제조공정이 미세해지면서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새어나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발열이 높아지기도 한다. 더 작아질수록 70->35나노로 줄이는 기술보다 14->7로 줄이는 공정이 훨씬 비용과 난이도가 높다. 미세 회로 기술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TSMC가 선두가 되어 기술 개발 중이며 TSMC는 2020년 하반기 5나노 양산 중이다.

 

4.6 그러나 첨단 미세공정이 기술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TSMC가 압도적인 파운드리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첫번째로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에 입각한 자세고, 두번째는 팹리스 업체가 TSMC에 설계도면을 넘겨주었을 때 TSMC가 제공하는 PDK의 신뢰도다. 말하자면 설계도를 각 파운드리에 제공했을 때 내가 예상한 그대로 나올 확률이 다른 파운드리 업체보다 TSMC가 가장 높다.

 

4.7 7나노 이하 미세 회로를 그릴 수 있는 기기(EUV 노광장비)는 ASML만이 만들 수 있다. Nikon도 노광장비를 만드는 업체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EUV 개발을 취소했었다. 이것은 2000년대 초중반 Nikon의 노광장비만 이용하던 Intel의 공정 기술이 뒤쳐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4.8 10나노의 Intel과 7나노의 AMD가 싸워도 인텔이 적어도 지금까지 기술력에서 안밀리고 서버시장에서 압도적인 이유는 호환성, 내구성 같은 것들이 있지만, 높은 트랜지스터 집적도에 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란 칩 안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냐를 말하는데, 사실 과장해서 말하면 나노수로 밀어붙이는 경쟁은 삼성과 TSMC의 경쟁인척하는 마케팅에 가깝다. 왜냐면 회로 선폭을 줄이는 것은 결국 트랜지스터를 많이 넣기 위함인데, 회로만 줄고 트랜지스터를 인텔보다 못넣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10나노 공정 기준 1mm x 1mm 칩에 트랜지스터를 1억개 이상 집적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나, TSMC는 5800만개, 삼성은 5100만개 수준이다. 7나노로 떨어져도 TSMC는 9100만개 정도밖에 못넣는다.

 

4.9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아직 삼성이 10나노대로 만들어도 따라올 경쟁자가 없고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메모리제조에 쓰는 업체였다. 2021년 상반기 하이닉스도 도입 예정이라고 밝혔다.

 

4.10 반도체 기술 개발은 간단히 투트랙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회로를 잘 그려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회로설계 부분에 대한 기술 개발이 있고, 그 설계를 대량생산까지 이어지게 하는 양산개발이 있다. 반도체는 기술이 새롭게 적용되려면 반도체 생산 라인을 통으로 갈아야한다. 양산까지는 빠르면 1년 보통 2년 잡는데, 그 동안은 거의 그 생산라인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개발만 하고 양산을 안 하는 곳도 많다. 아니면 양산이 안될 거 같아서 아예 개발을 포기한다. 예로는 Global Foundry는 회사가 7나노 공정 개발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4.11 삼성전자와 SK Hynix, 두 회사가 2020년 2분기 한국 제조업 총 영업이익의 46%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DB하이텍, 해성디에스, 엠코 등 반도체에 딸려있는 다른 회사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더 클것으로 예상된다.

 

4.12 2021년이 시작되면서 전장반도체 부품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한정된 생산 캐파 안에서 기존 IT,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의 발주량이 높아짐과 동시에 갑작스레 자동차 회사 고객의 캐파를 늘릴 수 없어서 발생한 일이다. 문제는 반도체 업체들이 기존 고객의 주문보다 자동차 회사의 주문을 더 높은 우선순위에 둘 수 없다. 이유는 기존 고객(IT, 전자제품 제조업체)과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일단 수량이 적고, 자동차에 납품되려면 요구되는 신뢰성이 스마트폰보다 훨씬 타이트하다. 가령 스마트폰은 -10~40도의 온도에서 정상작동되면 되지만, 자동차는 더 극한의 환경에서도 품질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반도체 업체들이 전장반도체 전용 캐파를 늘리기 까다로워하는 것이다.

 

4.13 영어로는 보통 반도체 회사를 semiconductor를 넣어 표현하기 보다는 chip maker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